[하지수 한류이야기] ‘한국 드라마’ 속 로맨스, 웨딩 관광이 되다

하지수 대표 / 기사승인 : 2026-06-17 14: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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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제주 바닷바람 속에 서 있습니다. 곁에는 턱시도를 입은 예비 신랑이 있고, 카메라 뒤에서는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언뜻 보면 한국 예비부부의 웨딩 촬영 현장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커플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K팝 공연을 보거나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결혼사진을 한국에서 남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류가 이제는 공연장과 화면을 넘어 외국인들의 웨딩앨범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계 인도네시아인 이린 탄 씨는 예비 신랑과 함께 서울의 한 웨딩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이태원 클라쓰’를 보며 익숙해진 한국의 거리와 분위기 속에서 결혼사진을 찍고 싶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예비부부인 조에린 루 씨와 탄 시관 씨 역시 제주도를 찾아 웨딩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제주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꼭 그곳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고 합니다.

드라마와 K-뷰티를 통해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된 사람들은 직접 한국을 찾아 그 분위기를 경험하고자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6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30개국 2만7천4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 드라마 경험률은 72.9%, K뷰티 인기도는 52.6%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접수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결혼 관련 문의 증가도 K웨딩이 새로운 관광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웨딩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웨딩 스튜디오는 외국인 고객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과거 일본과 중국 중심이었던 고객층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몽골은 물론 유럽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 스페인어 서비스까지 준비하는 업체도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왜 한국에서 결혼사진을 찍고 싶어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한국만의 독특한 웨딩 문화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 당일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웨딩 촬영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드레스를 선택한 뒤 전문 메이크업을 받고 다양한 콘셉트의 사진을 촬영하는 이른바 ‘스드메’ 문화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이 시스템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드레스 대여와 메이크업, 촬영, 앨범 제작을 각각 다른 업체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과정이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이뤄집니다. 고객은 원하는 콘셉트를 선택하면 되고,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세밀하게 준비합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특별한 체험이 됩니다. 낯선 나라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하루 동안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빠르고 체계적인 서비스, 세심한 연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한국 웨딩 산업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신부들이 자주 하는 요청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 연예인처럼 자연스럽고 예쁘게 꾸며주세요.” 이 말에는 K-뷰티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깨끗한 피부 표현과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세련된 헤어스타일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식 미감이 됐습니다. K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보여준 아름다움이 웨딩 촬영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촬영 장소도 다양합니다.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 덕수궁 돌담길, 한강공원, 성수동 거리, 제주도의 해변과 유채꽃밭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공간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한글 간판이 걸린 골목길과 카페 거리, 한강의 야경까지 모두 특별한 추억의 배경이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류의 변화입니다. 과거의 한류가 콘텐츠를 ‘보는 문화’였다면 지금의 한류는 직접 ‘경험하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케이팝 음악을 듣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에 와서 한복을 입고, 음식을 만들고, 웨딩 촬영까지 체험합니다. 관광객들이 단순한 관광보다 특별한 경험을 찾기 시작하면서 K-웨딩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한때 우리는 해외 영화 속 뉴욕과 파리를 동경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 속 서울과 제주를 보며 사랑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케이팝이 한국을 알렸고 K-드라마가 한국의 로맨스를 세계에 전했습니다. 그리고 K-웨딩은 그 상상을 현실의 경험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한류는 화면 속 콘텐츠를 넘어 누군가의 사랑과 결혼을 가장 아름답게 기록해주는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바람 속에서, 서울의 스튜디오 조명 아래에서, 그리고 외국인 커플의 웨딩앨범 속에서 한류는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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