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지난 4월 7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왔다. 즉,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최근 대법원도 이러한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은 의학적·자연과학적 명백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른 합리적 추론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작업환경에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근로자의 체질, 기초질병, 다른 유해요인 등이 결합하여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두45979 판결 등)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명문화하려는 데 있다. 즉,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사회통념에 따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법률 조문에 분명히 반영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통념에 따른 상당인과관계 판단이란, 재해자의 기존 체질, 건강상태, 작업내용, 노동강도, 근무환경, 유해요인 노출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 일반의 경험칙상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대법원은 그 판단 기준이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상태와 업무환경을 전제로 한 개별적 사정에 놓여야 한다는 점을 거듭 확인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법리가 실제 실무에서는 충분히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마치 ‘당연인정기준’처럼 작동하고 있다. 일정한 수치나 기간, 노출 수준에 미달하면 개별 사정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기계적으로 불승인 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은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기준에 다소 미달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인정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해당 근로자의 업무내용, 유해요인 노출 양상, 질병 발생 경과, 기존 질환과의 관계, 다른 위험요인과의 결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회 통념상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률에 어떤 문구를 추가하느냐만이 아니다. 상당인과관계 판단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 재해조사 담당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산재심사위원회, 고용노동부 재심사위원회 등 각 행정 단계의 관여자들이다. 이들이 판례 법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실제 처분 과정에서 충실히 적용하지 않는다면 법률 개정의 취지는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재해조사 단계에서부터 개별 근로자의 특수한 사정과 업무환경을 충분히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와 업무상 질병 판단에 대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가진 위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재해조사 담당자와 판정 관여자들 사이에서 상당인과관계 판단 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촉진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의 근간이다.이번 개정안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법률 조문보다 더 중요한 실무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사회통념에 따른 상당인과관계 판단이 법률 속 문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재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노무법인 더보상 김경민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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