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지난해 10월 경남 고성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아르곤 가스에 의한 질식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21일에도 울산 현대중공업 작업현장에서 아르곤가스가 들어있는 대형 파이프 안에서 작업자가 질식사고로 숨졌다.
아르곤가스에 의한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일산화탄소로 인한 사망사고는 자주 발생하지만 아르곤가스 사망사고라서 의아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아르곤 가스와 일산화탄소는 모두 무색, 무취의 기체다.
하지만 아르곤가스와 일산화탄소는 큰 차이가 있다.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아주 유해한 가스지만, 아르곤가스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다.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와 결합해서 인체 장기에 산소 전달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반면 아르곤가스는 흡입하더라도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지 않아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일산화탄소와 달리 아르곤가스와 유사한 헬륨가스 및 이산화탄소도 인체에 무해하다. 이 가스들은 무색, 무취, 무독성의 불연성이면서 불활성가스다.
그러면 불활성가스인 아르곤가스로 인한 사고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아르곤가스는 자체의 독성이 없지만 공기보다 무겁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바닥에 쌓이게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쌓인 아르곤가스가 밀폐된 공간을 차지하므로 그곳의 공기가 부족해지게 된다. 결국 산소결핍으로 숨쉬기 힘든 공간이 형성됨으로써 위험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의 산소량은 평균 21%다. 질소가 78%다. 나머지 1%는 다른 가스다.
밀폐된 공간에 아르곤가스가 쌓이면 공기가 부족해지고 공기 중 21% 농도여야 할 산소가 줄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산소 농도가 19.5% 이하로 줄게 되면 작업자는 피로해 지고 작업능력이 감소한다. 15% 이하가 되면 맥박과 호흡이 빨라져 판단력이 급속도로 약화하고 8% 이하가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아르곤가스가 자체적으로는 무해하지만 산소가 차지할 공간을 빼앗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작업장에서 아르곤가스로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보통 작업자들은 아르곤가스 용접을 넓은 공간에서 하므로 평소 아르곤가스에 대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칫 이런 안일한 안전의식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 중이나 넓은 공간에서 아르곤가스 용접을 하면 아르곤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바닥에 쌓이지만 넓게 확산된 덕에 산소결핍으로 인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장소에서 아르곤가스 용접 현장만 경험한 작업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아르곤가스의 위험성을 모른채 작업할 수밖에 없다.
용접에 아르곤가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르곤가스가 용접 시 고온에서도 용접대상물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되는 과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아르곤가스와 같은 불활성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용접한다면 고온에 의해 용접부위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여 용접면이 매끄럽지 않고 용접도 잘 안 된다.
이처럼 아르곤가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쌓이게 되면 공기를 부족하게 하여 결국 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위험에 처하게 된다. 작업자 안전관리 교육에 기본적인 안전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현장에서 안전교육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안전담당자들도 아르곤가스 작업시 반드시 산소농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산소농도 측정없이 작업하다가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주어진다.
이는 아르곤가스 용접이 사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결과만 강조한 교육이다. 왜 산소측정을 수시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 때문에 작업자로서는 산소농도 측정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위험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작업할 때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기 마련이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이나 졸음 운전을 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일한 안전의식이다.
특히 작업자는 그동안 위험하지 않은 넓은 옥외 공간에서 아르곤가스 용접을 한 경험이 있으므로 아르곤가스가 위험하지 않다는 잘못된 경험적 지식을 갖고 있다.
아르곤가스 작업자에게는 아르곤가스가 어떤 과정으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지까지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유를 알아야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연간 산업재해자수 11만명, 사망자 2000여명. 대한민국 노동현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다행히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조직 사상 처음으로 올해 국민생활안전담당관직을 두고 사고 위험 요소와 현장을 일일이 점검해 가고 있다.
이제 현장의 안전교육도 안전에 대한 의무사항 준수를 위한 교육이 아닌 안전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의료선진국임이 입증됐다. 정부 정책이나 의료진들 노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국민의 안전지식이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들은 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안전지식을 갖고 있다. 모든 국민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국민들이 스스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마스크가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보면 밀폐된 작업현장에서 우레탄 작업과 용접작업을 동시에 하면서 38명이 사망했다. 우레탄에 대한 위험성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우레탄 작업현장에서 용접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공사 기간이 급하더라도 위험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그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안전사고가 나면 모든 언론에서 안전불감증을 입버릇처럼 지적한다. 위험성을 알고 있는데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행동하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하지만 안전불감증보다 무서운 것이 안전 무지다. 안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행동이 바로 안전 무지에 의한 것이다. 안전 매뉴얼을 뜯어고치고 매뉴얼을 숙지하더라도 왜 그 매뉴얼이 필요한지를 인식하지 못하면 매뉴얼은 읽기 귀찮은 텍스트일 뿐이다.
안전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한 안전의식 고취도 중요하지만 작업자들이 안전 무지에서 벗어나 안전지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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