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화목보일러 저렴하지만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다

이송규 안전전문 / 기사승인 : 2020-05-04 21: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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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보일러]최근 일어난 강원도 고성 산불 원인으로 화목보일러 화재가 지목된 가운데 화목보일러 안전사용을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소방청 제공)
[화목보일러]최근 일어난 강원도 고성 산불 원인으로 화목보일러 화재가 지목된 가운데 화목보일러 안전사용을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소방청 제공)

[매일안전신문] 황금연휴 기간에 1년 전 악몽을 떠오르게 했던 강원 고성산불은 다행히 큰 피해를 내지 않고 진화됐다. 2명이 숨지고 산림 1227㏊을 태운 지난해와 달리 피해면적은 85㏊에 그쳤고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언급한 대로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소방공무원과 산림청 산불특수진화대의 헌신적인 노력, 산불대응시스템의 발전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양간지풍’의 세기가 지난해에 비해 약했고 방향도 산불 도중에 바뀌어 불길이 제위치로 향하는 등 ‘운’도 따랐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될 일이다. 화인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 절반 이상이 실화로 빚어진 인재


산불이 나면 가장 유력한 후보 화인은 실화다.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담배꽁초를 잘못 버렸다가 불길이 번지는 사례가 절반가량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총 438건 중 분명하게 실화에 의한 산불로 파악된 것만도 절반이 넘는 233건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입산자 실화 96건, 쓰레기소각 50건, 논밭두렁 소각 39건, 담뱃불 실화 38건, 성묘객실화 9건, 어린이 불장난 1건이다. 주택화재가 번진 사례가 46건이고 나머지는 기타 화인에 의한 것이다.


통계에서보듯 가옥에서 발생한 불이 산으로 옮겨붙는 사례도 46건이나 된다. 전체 10건 중 1건 이상이 주택화재가 번진 산불이다.


지난해 4월의 고성 산불은 한국전력의 전신주 개폐기에서 발화된 불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사고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에 불꽃이 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시속 115㎞가 넘는 강풍으로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날라와 스파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도 주택에서 발화됐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불이 처음으로 난 도원리 한 주택의 60대 주인이 경찰 조사에서 “집안에 설치된 화목보일러에서 불이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택이 거의 다 타버린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하고 목격자 탐문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사고가 난 뒤 화목보일러 모습.(소방청 제공)
사고가 난 뒤 화목보일러 모습.(소방청 제공)

◆저렴한 연료비로 설치 늘면서 화재 사고 잇달아


화목보일러는 폐목 등 땔감나무(화목)를 연료로 쓰는 보일러로, 농‧어촌에 많이 보급돼 있다. 기름보일러나 전기보일러에 비해 연료비가 아주 저렴하다.


더불어 부주의 등으로 인한 화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10일 강원도 동해시 용정동에서 화목보일러 옆에 쌓아둔 나무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낞새 9월 20일 전북 정읍 주택에서도 화목보일러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났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겨울철 난방 및 계절용품 관련 화재 현황을 분석했더니 전체 화재 1만9154건 중 가장 많은 3758건(19.6%)이 화목보일러 화재였다. 열선(3016건)이나 전기장판, 담요, 방석(2393건), 가정용보일러(2238건), 전기히터, 스토브(2154건), 환풍기, 송풍기, 공조기(1565건) 등보다도 많다


최근 10년간 화목보일러 화재는 연평균 375건, 월평균 31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화목보일러 사고 대부분인 2493건이 부주의로 인한 것이다.


지난 2014년 소방청은 농어촌 지역의 홀로사는 노인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자 화목보일러 안전관리기준 매뉴얼을 제정해 운영했으나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준을 만들었더라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다. 안전을 위해서는 골든 타임보다 행위로 이어지는 골든 액션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화목보일러에 대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제조·설치·사용 단계별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지 기준이나 매뉴얼을 만드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 과태료 부과와 시정 명령 등 강력한 안전행위(액션)가 뒤따라야 한다.


◆화목보일러 제대로 알고 쓰자


화목보일러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제품설치 요령과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해야 한다.


화목보일러를 설치할 때에는 반드시 건축물 외벽과 1m 이상 이격시켜 과열되더라도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목보일러실과 주택 경계 벽은 콘크리트나 벽돌 등 불연성 재질의 자재로 시공할 필요가 있다.


시용 시에는 가연물을 보일러와 2m 이상 떨어진 곳에 보관하고 보일러실 인근에는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한꺼번에 보일러에 연료를 많이 넣으면 과열될 수 있다. 지정된 연료를 쓰고 젖은 나무를 쓸 때에는 투입구 안을 사나흘에 한 번씩 청소해주고 연통도 3개월에 한 번 정도 청소해야 한다.


나무 연료를 보일러에 넣은 뒤 투입구를 닫아 불씨가 날리지 않도록 하고 투입구를 열 때 연기에 의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옆에서 열어야 한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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