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안전진단]자연의 불시 역습 싱크홀, 원인과 대책은

이송규 안전전문 / 기사승인 : 2020-08-27 11:39:22
  • -
  • +
  • 인쇄
지난 26일 구리시 교문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지름 15m, 깊이 4m의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사진, 독자제보)
지난 26일 구리시 교문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지름 15m, 깊이 4m의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사진, 독자제보)

[매일안전신문] 지난 26일 구리시 교문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싱크홀(Sinkhole, 땅 꺼짐)이 발생했다. 이 싱크홀의 크기는 지름 15m, 깊이 4m에 달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지하공공보도 설치공사현장에서 갑자기 땅이 푹 꺼지면서 작업자 1명이 추락해 매몰됐다.


싱크홀 사고는 잊을 만하면 일어나 우리의 안전을 노린다.


27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국에서 총 631건의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싱크홀의 면적 1㎡ 이상 또는 깊이 1m 이상 지반침하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례만 집계한 것이다. 실제로 발생하는 싱크홀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왜 갑자기 땅이 꺼지는 것일까.


싱크홀이란 지반침하의 한 형태로 지반 내에 공동이 생겨 지표면이 갑작스럽게 내려앉아 구멍이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지반 내 공동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싱크홀은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지반이 석회암과 같은 용해성 암반인 경우 물에 의해 녹아 처음에 생긴 작은 공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켜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반 특성상 이런 싱크홀이 발생하는 건 거의 드물다.


자연 현상이라기보다 인간이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면서 생긴 경우가 많다. 자연이 인간에게 역습을 가하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국내 싱크홀의 발생원인을 살펴보면 하수관 손상이 264건(41.8%), 상수관 손상 101건(16.0%), 다짐(되메우기) 불량이 93건(14.7%)로 집계된다. 인위적인 원인이 72%를 넘는다는 뜻이다. 나머지도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한다면 자연적인 것보다 인간에 의한 것 공산이 크다.


그래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도심지 싱크홀은 일반적인 싱크홀이 아닌 ‘지반 함몰’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심지의 지반함몰은 주로 지중에 설치된 시설물의 노후화와 지하 공간 개발과정의 공사현장 등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환경부 상·하수도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20년 이상된 노후 하수도는 6만2329㎞로 전체의 41.8%, 노후 상수도는 6만5949㎞로 전체의 32.4%에 이른다. 전국의 상수도와 하수도 거의 절반이 노후화하고 있어 부식으로 유출된 물에 의해 점점 지반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반함몰(싱크홀)이 발생할 개연성이 어디서든 상존한다.


20년 이상된 상하수도 배관처럼 습기가 있는 상태에서는 녹이 스는 산화 과정은 급속히 이뤄져 물이 새게 된다. 주변 공사현장의 작업으로 인한 배수관 흔들림ㆍ파손이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작은 틈만 있더라도 흐르는 게 당연한 이치다. 이 물은 지반 내부의 흙과 함께 흘러내려 구멍을 만들고 결국 지반함몰(싱크홀)로 이어지게 된다.


20~30년 전 산업화가 급성장할 시기에 대한민국의 안전문화는 초보적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시 건설공사 수준에서 지상의 안전점검도 부실했을 상황에서 지하공사 등까지 안전관리나 제도를 마련하는 건 역부족이었을 수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도시화 사회로 변모하면서 도시에는 초고층 건물과 지하 개발 건설공사가 극도로 확대됐다. 무분별한 개발이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지뢰밭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가능하다.


정부는 지하를 안전하게 개발하고 지반침하로 인한 위해를 막고 공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을 만들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


이 법 시행 이후에도 싱크홀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법은 싱크홀 사고가 발생하면 국토부 장관이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면적 4㎡ 또는 깊이 2m 이상의 지반침하가 발생했거나 지반침하로 인명피해(사망자·실종자·부상자)가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조사 요건이 엄격하다보니 위원회 구성을 통한 사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형식적인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란 말이 나온다.


오는 12월부터 개정·시행될 이 법에는 ‘지하공간통합지도’를 제작하는 전담기구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조만간 국회에서도 이같은 법 개정안이 수두룩 올라올 것이다.


사고가 나면 국회나 정부는 발 빠르게 개정안을 만들지만 국민들은 개정안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기존에 있는 것을 보완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가하여 실적 위주의 개정안은 아닌지 먼저 불신이 앞선다.


모든 대책을 담당 공무원에만 맡겨둘 게 아니다. 각 전문가들이 참여해 검토·연구한 뒤 공무원이 수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도로 및 항공 기술사 김모(54) 씨는 “사고가 나면 사고 지점에 대해 단순 해결하려는 땜질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라며 “근본적인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과 구조물을 그 지역의 지점에 대한 특성과 환경을 파악하고 위험도를 측정해서 지역별·지점별 위험도에 따른 순차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송규 안전전문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