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울산으로 상륙해 강릉 부근을 거쳐 북상하는 가운데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들었던 전날 부산의 엘시티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경남 거제와 통영쪽으로 상륙했을 당시에도 강풍으로 부산 한 건물 10여 개 층 유리창이 파손됐다. 같은 날 흔들리는 유리창을 고정하기 위해 테이프를 붙이던중 바람에 깨진 유리창에 의해 과다 출혈로 60대가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101층 엘시티 건물 85층의 유리창이 깨졌다. 이 유리창은 두께 8㎜로 강화유리인데도 강한 바람을 견디지 못했다. 당시 바람은 초속 30m가 넘지 않는 28.9m였다.
최근 초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가운데 높은 건물에 바람으로 인해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건축법에 따르면 30층 이상 건물을 ‘고층건물’로 규정하고 50층 이상 건물을 ‘초고층 건물’이라 분류한다. 높이가 200m 이상이다. 현재 부산에는 초고층 건물이 35개 동이 있다.
정부는 초고층건물에 대한 재난 및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초고층재난관리법)을 2012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안전전문가들은 고층건물의 경우 태풍에 의한 안전 대책이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건축물을 지을 때 조망권을 가장 1순위로 두면서도 정작 안전문제는 등한시하고 있어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 한강변에도 재건축을 통해 35층 이하 고층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고 있으나 대부분 가구를 한강이 보이는 설계로 적용하고 있다.
이번 태풍이 몰고온 강풍으로 인한 사고를 통해 고층건물의 안전대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빌딩풍’에 대한 안전대책이 필요할 시점이다.
빌딩풍은 빌딩 사이로 부는 바람이나 건물에 의해 바람의 방향이 변형되는 바람을 말한다. 선진 외국에서는 건축물을 지을때 빌딩풍을 고려하는 게 일반화해 있다. 바람의 방향 조절을 통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단열이 되도록 하는 설계를 통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더불어 공기 순환에도 효과적인 환경 친화적인 건물을 짓고 있다.
바람은 공기의 이동이다. 높은 기압의 공기가 낮은 기압의 공기인 저기압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바람이다.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따라 이동 방향이 다를 뿐이다. 이런 바람이 건축물에 의해서 풍속이 증가되거나 풍속의 방향이 바뀌는 현상 등이 나타난다. 특히, 고층 건물의 높이에서는 기압이 낮고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
바람 세기는 바람의 양과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 면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람의 양이 많을수록 속도는 빨라지고 바람이 지나는 통로 면적이 작을수록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된다.
그림과 같이 정면에서 바람이 분다고 가정하면 a건물과 b건물은 같은 풍속이지만 c건물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의 바람을 맞게 된다. c건물에 휘몰아치는 바람은 a,b건물을 때리고 옆으로 밀려 나오는 바람과 원래 중간 통로로 불어오는 바람이 합해지기 때문에 훨씬 많은 양이다.
또한, 바람이 지나는 통로(면적)가 줄어들면서 속도는 크게 증가하게 된다. Q(유량) = A(단면적) × V(속도)라는 간단한 물리 공식에 의해서다. 시냇가의 좁은 통로가 물길이 더 세고, 창문 틈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의 속도가 더 센 것과 같은 이치다.
더불어 건물 위를 지난 바람은 건물 뒷면에서 소용돌이와 함께 양력도 발생해서 건물에 흔들림을 발생시킨다. 소음도 만들면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 스포츠카나 일반 자동차 트렁크 위에 스포일러를 부착하는 것이다. 자동차 뒤 부분에 스포일러를 부착하면 공기의 흐름이 원활해져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멋을 내기 위해 부착하기도 하지만 원래 목적은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고층건물에 스포일러를 설치하는 것도 빌딩풍 영향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건물에 부딪힌 바람이 아래로 내려가서 땅 위에서 다시 위로 올라오고 원래 불어오는 바람과 합쳐서 땅위에서도 불규칙한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해 약한 구조물과 행인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바람이 많은 일본 동경의 한 고층건물에는 중간층에 바람홀(풍혈)을 만들어 놨다.
이와는 별도로 바람이 부는 바람과 정면인 창문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 건물의 방향을 건축하게 된다면 풍속에 의한 충격이 상당부분 감쇄될 것이다. 대신 조망권도 감소되겠지만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다.
건물을 초기에 잘못 세우면 새로 고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나 국회에서는 고층건물의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초고층재난관리법’이 개정발의된 안건은 겨우 5건이며 이 중 4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1대 국회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개정안 발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돼 아쉬움을 남긴다.
빌딩풍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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