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울산 33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확산 원인과 대책은

이송규 안전전문 / 기사승인 : 2020-10-09 07: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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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8일) 저녁 11시 30분경 울산의 한 지하 2층 지상 33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큰불이 났다. (사진, YTN 뉴스)
어제(8일) 저녁 11시 30분경 울산의 한 지하 2층 지상 33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큰불이 났다. (사진, YTN 뉴스)

[매일안전신문] 8일 밤 11시 30분쯤 울산의 3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큰불이 났다. 12층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불은 순식간에 건물 외벽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져나갔다.


주민 88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사망자가 없었다.


최근 경쟁이라도 하듯 아파트를 높게 지으면서 더욱 고층화되고 있다. 전국에 30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은 4692개에 이른다.


고층건물 화재는 다른 화재에 비해 더욱 위험하다. 진화도 고가사다리와 헬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런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순식간에 불이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불이 신속히 확산했는데도 주민 모두가 대피할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일까.


12층 불이 확산의 원인은 건물 전체로 신속히 퍼진 데에는 바람과 구조가 복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울산에서 바람이 크게 불고 있었다. 순간 풍속이 초속 15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태풍의 바람 속도가 초속 17m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건물 외장재가 드라이비트와 같은 가연성 재료라는 특성을 간과할 수 없다.


불은 12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외기는 외부에 설치돼 있다 보니 바람이나 비 등에 의해 부식이 쉽게 일어난다. 장기간 외부에 노출 되다 보면 먼지가 쌓이는 경우가 많은데 과열 등으로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 외장재가 가연성 재료인 경우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번진다. 이를 막기 위해 2010년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는 불연성 재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2010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상복합 아파트는 발코니(베란다)가 없는 구조이므로 일반 아파트에 비해 화재 피해가 클 수 있다. 일반 아파트에는 발코니가 있어 불이 확산되는 걸 지연하는 효과가 있으나 주상복합아파트는 바로 그대로 확산된다.


이번에 대형 화재 속에서도 주민이 모두 대피가 가능했던 건 피난계단(대피계단)에 숨겨진 비밀과 연관돼 있다. 최근 짓는 아파트들은 불이 나면 대피계단이 양압계단으로 설계돼 있다. 압력이 외부보다 높아 밖에서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음압으로 짓는 치료실과 정반대 원리다.


만일 아파트 대피계단 문이 열려 있을 경우에는 대피계단과 외부 압력이 비슷해져서 연기가 계단으로 몰려들므로 비상 대피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없다. 계단 문을 항상 닫아둬야 하는 이유다.


이날 불이 난 아파트는계단의 문이 닫혀 있어 연기가 계단으로 들어오지 않아 쉽게 옥상으로 대피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아파트에 불이 나면 대피 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런 위험한 아파트 건물 외벽에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아파트나 건물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부분 지원해서라도 불연성 재료로 교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앞으로 비슷한 화재사고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아파트는 사용수명이 50년 이상이므로 외장재의 교체 없이 계속 안전하게 생활한다는 건 꿈꿀 수 없다. 위험을 안고 사는 수밖에 없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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