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에 오른 오세훈 후보가 출마를 결심할 때부터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한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로 방향을 돌려서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예상을 깬 행보였다. ‘대권 포기, 야권 단일화’를 내세운 안 대표의 등장으로 깜짝 효과가 그쪽으로 쏠렸다. 오 후보가 출마를 선언할 때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다.
‘야권 단일화를 위해 안 후보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면 출마하지 않겠다.’ 오 후보의 ‘조건부 불출마’ 선언은 상대적으로 정치권에서 생경하게 받아들여졌다. 오 후보로서는 야권 단일화 대의를 위한 충정의 결단이었으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여론은 싸늘했다. 오히려 ‘생뚱맞은 조건부 불출마’라는 싸늘한 여론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오 후보나 안 후보, 모두 결자해지의 당사자들이다. 오 후보는 10년 전 서울시장에서 중도사퇴해, 안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해 빚어진 상황을 결자해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두 후보에게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포석을 떠나 서울시민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다.
지난달 1월 17일 오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 선언하고 5일 뒤인 22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그에게 불리한 정치적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안철수 대 박영선 양자대결은 41.5%대 33.5%를 기록해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8.0%로 오차범위 밖으로 안 후보가 앞섰다. 오세훈 대 박영선 양자대결은 31.5%대 35.0%로 3.5%로 벌어지고 있어 더불어민주당 박 후보를 꺾는 데 오 후보보다 안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박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에게 뒤지면서도 오 후보에게는 앞섰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오 후보가 나 후보를 꺾은 건 이변이나 다름없었다.
나 후보는 원내대표를 지낸 경력을 앞세워 현역 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나 후보와 결선을 앞둔 날 찾은 오 후보 선거사무실은 썰렁하기만 했다. 현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시의원조차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세력을 형성한 나 후보측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오 후보는 나 후보에게 월등히 뒤떨어지는 조직력의 열세를 소통과 진정성을 무기 삼아 혼자 뛰는 뚜벅이 유세로 정책으로 맞섰다.
지난 4일 오세훈 후보로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는 날 이변이 일어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가장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당내 대부분 나 후보 당선을 예측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오 후보가 여성 가산점까지 가져간 나 후보를 지지율에서 약 9% 가까이 제쳤다.
1년짜리 서울시장을 인턴 시장에게 맡길 수 없다는 오 후보의 ‘첫날부터 능숙하게’ 슬로건으로 ‘준비된 시장론’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거 전문가들은 오 후보가 이전보다 더욱 정치적으로 노련해졌다고 평한다. 한 번이자 마지막 TV토론에서 오 후보는 시종 얼굴에 웃음을 띤채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후보로서는 긴장할법한 토론회를 오 후보의 장으로 만들어 간 것이다. 유권자들로서는 그런 오 후보에게 안정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야권 단일후보가 된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입성하기까지 변수는 많다.
지난 2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지지율은 곤두박칠치고 있다. 국민의 분노가 출구를 못 찾고 있다.
그렇다고 오 후보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라는 데 정치권의 이견이 없다. 서울시장을 여야 어느 쪽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대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야권 못지않게 여권이 화력을 쏟아부을 것은 자명하다.
특히 전국단위가 아닌 지방선거는 조직력의 싸움이다. 민주당은 서울 국회의원 지역구와 구청장, 기초·광역의회를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이 조직력을 가동하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몇% 포인트의 지지율 차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근 이해찬 전 대표가 서울시장 지원사격에 나선 건 여권으로서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여권이 이번에 지지층을 총결집하고 조직을 총동원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 후보로서는 이런 거대 여당에 맞설 전략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집권당 심판과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의 대선 포석이 아니라 야권의 대선 포석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진보와 보수의 극강의 대결에서 중도층의 선택은 언제나 결정적이다. 중도층은 이른바 ‘꼴통보수’. ‘좌빨’의 극단주의를 혐오한다. 개혁을 가장한 내로남불식 제식구 챙기기 뿐만 아니라 구태와 구악도 배격한다. ‘태극기 부대’가 보수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오 후보가 보수층을 집결하면서도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3지대를 지향하는 게 전략적일 수 있다.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펼쳐질 대선 경쟁에서 극단적 보수를 배격하는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와 이뤄낸 ‘아름다운 단일화’가 그 시발점이다.
그만큼 안 후보와 얼마만큼 화학적 결함을 이뤄내느냐가 중요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감정적 언사까지 주고받은 안 후보에게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 포용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중도층의 표심이 영향을 받게 된다. 안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오 후보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만큼 국민의힘의 ‘안철수 사용법’이 앞으로 관심일 수밖에 없다.
사실 오 후보와 안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향후 대선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가 이번에 ‘양보 또는 철수’가 아닌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낸 데 이어 오 후보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확보할 수 있다. 오 후보로서도 안 대표와 전략적 연대를 통해 차차기 대선을 도모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서울시장 이후 제3지대 지형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는 큰 변수가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미 정치 행보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검창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2주간 집에서 칩거한 후 첫 행보로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처음 만나 첫 질문이 “정치해도 될까요”였다.
평론가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간접적으로라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의 협력도 큰 몫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협력과 더불어 야권의 서울시장 탈환을 시작해 내년 대선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4월 7일 서울시장은 누가 될 것인가. 서울시민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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