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수 한류이야기] LA를 줄 세운 올리브영, 미국은 왜 열광했을까

하지수 대표 / 기사승인 : 2026-06-10 14: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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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쇼핑하러 온 것이 아니라 디즈니랜드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와 새벽 3시부터 줄을 섰다는 한 미국인의 말입니다. 2026년 5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패서디나에 문을 연 올리브영 미국 1호점 앞에는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접이식 의자와 담요를 챙겨온 사람들까지 등장했고, 대기 줄은 약 400m에 달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 매장 개점을 위해 밤샘 대기 행렬이 만들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찾은 곳이 단순한 화장품 매장이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공간인 ‘올리브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약속 시간 전에 잠시 들러 마스크팩을 사고, 여행을 앞두고 선크림을 챙기며, 신제품을 부담 없이 테스트해 보는 생활 속 매장. 그 평범한 공간 앞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밤을 새우며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은 한류가 이제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패서디나점은 약 243평 규모에 400여 개 브랜드와 5,000여 종의 상품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주목한 것은 상품보다 경험이었습니다. 매장에서는 피부 상태를 분석하는 ‘스킨 스캔’과 맞춤형 관리법을 제안하는 ‘더 뷰티 랩’을 운영하며 한국식 뷰티 상담과 쇼핑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한 서비스지만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체험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실제 판매 데이터를 봐도 관심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인기 품목은 색조 화장품보다 시트 마스크, 토너패드, 선크림, 클렌징 제품 같은 기초 스킨케어 제품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피부 관리와 일상적인 뷰티 루틴 자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이런 흐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올리브영을 꼽아 왔습니다. 한국관광공사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방한 관광객 약 600만 명 가운데 400만 명이 올리브영을 방문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찾은 셈입니다. 2025년에는 1~5월 방한 외국인 약 720만 명 가운데 596만 명이 올리브영에서 구매하며 사실상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명동과 홍대, 강남의 올리브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팩과 토너패드, 선세럼, 클렌징밤을 바구니 가득 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유명한 화장품을 사 가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다릅니다. 한국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제품과 피부 관리 방식 자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외국인들은 이제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뷰티 루틴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수출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미국 수출액은 22억 달러를 넘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에 올라섰습니다. 수출 품목 가운데 기초화장품은 85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화장품 판매 증가를 넘어 K뷰티의 경쟁력이 개별 브랜드를 넘어 한국식 피부 관리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세계는 제품뿐 아니라 한국의 뷰티 루틴과 관리 방식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세포라와의 전략적 협업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미국과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세포라와 함께 ‘올리브영 큐레이션’ 기반의 K뷰티 존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국 브랜드를 해외 매장에 입점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축적된 상품 선별 방식과 추천 시스템, 체험 중심의 쇼핑 문화를 함께 수출하는 모델에 가깝습니다.

생각해보면 한류는 늘 이렇게 확장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드라마와 음악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 음식과 관광, 패션으로 영역이 넓어졌고, 이제는 피부를 관리하는 방식과 화장품을 고르는 방식, 쇼핑을 즐기는 방식까지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패서디나의 올리브영 앞에 늘어선 긴 줄은 단순한 개점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올영 털기’라며 장바구니를 채워 가던 공간은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의 감각과 최신 트렌드, 한국인의 생활 방식이 가장 빠르게 모이는 공간이었습니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유통 뉴스가 아닙니다. 한국의 일상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매장 앞 400m의 긴 줄은 한류가 드라마와 K팝을 넘어 생활문화의 영역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풍경입니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화장품 몇 병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매일 반복해 온 생활 방식과 경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감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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