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피부에 불쑥 튀어나온 불룩한 혹을 발견하면 혹시 악성 피부암이 아닐까 덜컥 우려가 앞서곤 한다. 다행히 신체 표면에 발생하는 종해의 대부분은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지 않는 양성 종양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양성 혹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크기가 점차 비대해지거나, 한곳에 머물지 않고 여러 부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미용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쉽다. 무엇보다 방치할 경우 내부에서 낭종이 파열되어 심각한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병변이 작고 안정적인 초기에 명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피부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양성 종양으로는 피지낭종을 꼽을 수 있다. 주로 피하 조직에 작고 둥근 형태의 씨앗처럼 만져지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었을 때 단단하며 움직이는 유동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는 피부의 기름샘 배출 통로가 어떠한 원인에 의해 막히면서 피지와 각질, 각종 세포 노폐물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 주머니에 쌓여 형성되는 질환이다. 이러한 주머니가 귓볼, 얼굴, 두피, 겨드랑이 등 신체 전반에 걸쳐 다량으로 발생하는 상태를 ‘다발성 피지낭종’이라 일컫는다.
다발성 피지낭종의 발병에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과도한 유분 분비, 유전적 소인, 미처 세정되지 못한 화장품 잔여물과 노화된 각질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방치 기간이 길어지거나 외부 자극이 가해져 세균에 감염되면 환부가 벌겋게 부어오르며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화농성 종양으로 돌변한다.
많은 이들이 피지낭종의 외형을 보고 일반적인 여드름으로 오인해 스스로 짜내려고 시도하지만, 두 질환은 발생 원리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여드름은 모낭의 각질화와 여드름균의 증식, 면역 반응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인 반면, 피지낭종은 피부 내부 장벽에 노폐물이 갇힌 하나의 독립된 주머니 체계다. 외관상으로도 여드름은 염증 반응이 활발해 붉거나 노란 고름이 전면에 드러나지만, 피지낭종은 매끄러운 피부막 아래 둥근 혹의 형태를 띠며 억지로 짜내려 해도 내용물이 잘 나오지 않고 중심부 개구부를 통해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기름 물질이 배출되는 차이가 있다.
문제는 피지낭종을 일반 여드름처럼 집에서 강제로 압출하려다 병을 키우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피지낭종은 피부 깊숙한 곳에 유분과 각질이 뭉쳐 이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주머니(낭벽)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압출 행위나 연고 도포, 일시적인 소염제 약물 복용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는 내부의 주머니 자체를 파괴할 수 없다. 오히려 무리하게 물리적 압박을 가하다가 낭종 벽이 내부에서 터지게 되면 주변 조직으로 유해 물질이 퍼져 이차 감염이 발생하고, 연부 조직이 녹아내려 심한 흉터와 통증을 남기는 배경이 된다.
결국 재발 없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소 마취 하에 피부를 미세하게 절개하여 내부의 피지 내용물은 물론, 이를 감싸고 있는 주머니 막 자체를 박리해 내는 외과적인 절제 수술이 유일한 해법이다. 외과적 절제가 아닌 다른 대안들은 단순히 주머니 내부의 내용물만 일시적으로 흡입해 크기를 줄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여,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는 외벽에 다시 피지가 차올라 재발의 악순환을 겪게 된다.
다발성 피지낭종은 개개인마다 낭종의 크기와 깊이가 다르고 발생 부위의 피부 특성이 상이하므로, 환자 스스로 손을 대기보다 맞춤형 최소 절개 수술이 시행되어야 한다. 특히 얼굴이나 귓볼처럼 시선이 집중되는 안면부 질환은 심미적인 영역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절개선을 최소화해 피부 조직의 손상을 줄이고 흉터를 남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흉터와 절개를 최소화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피지 주머니 막까지 파열 없이 깔끔하게 도려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된다. 반드시 외과 전문의를 통해 면밀한 상담 하에 안전하게 병변을 제거해야 사후 재발과 흉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서울 건대성모외과의원 장원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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