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죽하면 한 여성은 5층에서 유리창을 깨고 아래로 뛰어내렸을까. 2001년 9·11테러 당시 붕괴되는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에서 탈출할 길이 없자 아래로 몸을 던지는 비극적인 장면을 기억해 낸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해당 여성은 다행히 주차장 지붕의 천막에 떨어져 큰 부상이 없었다고 한다.
불이 났을 때 탈출가능한가.
화재시 가장 좋은 방법은 밖으로 신속히 탈출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떻게 탈출할 것이냐'가 문제다.
불이 나면 화염보다 연기의 위험이 더 무섭다. 신속히 연기를 피해야 한다.
우선 대피계단을 이용해서 밖으로 나가든지 아니면 옥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대피계단을 이용할 수 없다면 유리창을 통해서 구조요청을 하거나 아니면 피난기구를 이용해야 한다.
현행법 상 숙박시설에는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객실마다 완강기나 간이 완강기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화재가 난 모텔은 22년 전 지어진 건물이라서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완강기와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의구심이 든다.
해당 모텔에 완강기나 간이완강기가 설치되어 있었더라도 이를 사용해 탈출할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완강기 사용법을 알고 있는가.
호텔 같은 숙박업소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아파트에도 완강기를 설치해 놓는 일이 많다. 주로 베란다 벽면에 ‘ㄱ’자 형태로 성인 가슴 높이 정도에 설치되어 있다. 거실을 확장한 경우 유리창에 바로 달아놓기도 한다.
완강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자를 열어 꺼내고 벽면의 ‘ㄱ’자형 지지대를 창밖으로 향하게 돌려준다. 이어 지지대에 완강기 후크와 하강 속도조절기를 연결해 조임너트로 안전하게 조여준 뒤 로프라 감긴 릴을 바깥 아래로 던진다. 이어 완강기 벨트를 위에서 가슴에 안전하게 맨 뒤 안전고리를 가슴쪼긍로 잡아당겨 조인 다음에 창밖으로 나가 벽을 잡고 내려오면 된다. 완강기는 몸무게에 의해 천천히 내려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완강기는 여러 사람이 차례로 사용하면 되는데, 간이완강기는 한번만 쓸 수 있다.
완강기 사용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비상상황에서 직접 사용하는 건 쉽지 않다. 당황하면 본인이 갖고 있는 지능지수의 절반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교육에서 완강기를 직접 사용하는 실습을 해 몸에 익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비상상황시 몸이 기억해 반응할 정도로 교육해야 한다.
또한 완강기가 실질적으로 피난도구로써 유용하게 설치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0월 수도권 숙박업소 20곳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20곳 중 무려 19곳의 객실 내 완강기가 지난 2015년 1월 강화된 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 상 숙박업소는 완강기 또는 간이완강기 2개 이상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완강기를 이용해 탈출하는 통로인 창문 등의 개구부는 가로 0.5m, 세로 1m 이상이어야 하는데, 20곳중 8곳은 크기기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객실 내·외의 개구부가 모두 현행 규격에 적합한 숙박업소는 조사 대상 20곳 중 4곳에 그쳤다.
이효재 기술사는 “안전점검을 하다보면 숙박업소에 설치된 완강기 로프 길이가 층수에 맞지 않는 완강기가 있고 완강기를 사용하는 창문 크기도 너무 작아서 대피에 부적절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숙박업소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강화된 완강기와 비상용 망치 구비를 비롯해 개구부 설치 기준을 2015년 이전 업소까지 소급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달 26일부터는 4층 이하의 모든 다중이용업소에도 비상구 발코니에 탈출가능한 피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업소측은 설치비용이 제법 들어가는 비상계단보다 저렴한 완강기 설치를 선호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으로 완강기가 아니라 피난 사다리와 구조대처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피난기구를 설치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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