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과의 전쟁①] 비판하는 위치에 있는 ‘언론인’이 음주운전?

박효영 / 기사승인 : 2020-12-04 11: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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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언론은 다른 공인이나 유명인이 음주운전을 하면 바로 비판하는 기사를 낸다. 하지만 기자들도 음주운전을 한다.


더팩트 소속 간부 A씨는 지난 7월16일 새벽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중앙분리대와 앞차를 들이받았다. A씨의 음주운전 범죄로 앞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는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사후 수습없이 달아났다. 음주 뺑소니를 범한 것이다.


경찰이 음주 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찰이 음주 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해당 기사를 작성한 박서연 미디어오늘 기자는 2일 방송된 자체 유튜브 채널 <미디어 오물오물>에서 “A씨의 혈중알콜농도가 0.268%였다. 엄청 높은 수치다. 윤창호법에 따라 0.08%면 면허가 취소되는데 이 사람은 0.268%다. (술을) 엄청 많이 드신 거다”라고 묘사했다.


통상 성인 남성이 25도짜리 소주 5잔을 마시면 0.1%가 나온다. 0.1%라는 것은 거나하게 술에 취한 것으로 간주된다. A씨는 소주 2병 이상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담당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혈중알콜농도 수치가 매우 높았으며 고속화도로 등을 이용해 약 20km를 도주해 피해 차량이 도주하는 피고인을 추격하는 등 추가 사고 및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컸다”며 “이러한 사정들에 비춰 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가해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자신의 차량을 처분하면서 다시는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범행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그밖에 피고인 나이, 환경, 직업, 가족관계, 범행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했다”면서 최종적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는 기자들의 음주운전 사건을 취재하며 느꼈던 점을 풀어냈다. (캡처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는 기자들의 음주운전 사건을 취재하며 느꼈던 점을 풀어냈다. (캡처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A씨는 회사에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박 기자의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더팩트 편집국이 인지했다.


박 기자는 “이런 기사를 써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며 “미디어오늘 기자라는 이유로 (언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것까지 기사로 써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사를 썼던 이유는 기자들이 다 연예인들이나 공무원들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면 다 기사를 썼다. 근데 본인들이 비판하는 위치에 있는데 음주운전을 하고 뺑소니를 한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기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팩트 사측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회사에 보고도 안 했고 취재가 시작돼서 알게 됐다”며 “회사에서 A씨가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단순히 경위서만 쓰게 했다는 추가 제보를 받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간부가 음주운전을 하고 법적 처벌을 받았는데 그 정도로 끝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송을 통해 한 번 언급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같이 출연한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기자들이 음주운전하고 뺑소니하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나도 6년 전에 음주운전 기사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TV조선 사회부장이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해서 면허 취소가 됐다”며 “다 시인을 하긴 했다. 이분이 과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국회의원 출마를 했었다. 기사를 쓸 때 공인이냐 아니냐 기사화가 가능한지를 판단해서 쓰는 편인데 공인으로 보고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계에 있는 분들은 미디어오늘이 어떻게든 찾아낸다. 동종업계다 보니 기자들이 (언론계의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기사를 써도 기자라는 것을 쓰지 않고 기사화하는 경우가 있다. 저희는 다 쓴다”고 강조했다.


박 기자는 올해에만 언론계 음주운전 사건이 3건이나 된다고 환기했다.


박 기자는 “미디어오늘에만 포착된 이러한 사건이 올해만 3건이다. 2월에 충북 MBC 기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도로 전신주를 들이받고 뒤처리를 하지 않고 뺑소니를 했다”며 “지난 4월 문화일보 간부도 음주운전 전력이 있음에도 또 했다. 그래서 벌금 900만원에 처해졌다. 전방에 서행 중이던 차량의 뒷범퍼를 들이받아서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가 4주 치료를 받을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박 기자와 정철운 기자의 모습. (캡처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박 기자와 정철운 기자의 모습. (캡처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이처럼 기자들은 재범, 음주 뺑소니 등 중대한 음주운전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고 상대적으로 이슈화도 덜 됐다. 기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배경은 아무래도 정보력이 강하고 법조계와의 연결 가능성이 수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박 기자는 4일 매일안전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조 출입기자단에 가입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에도) 더팩트는 법조기자단에 소속돼 있다”며 “(기자들에 대한 음주운전 처벌이 실제로 가벼운지에 대해 판단해보려면) 비슷한 수준의 음주운전을 한 일반인들이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는지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그걸 확인해봐야 비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작년 5월2일 새벽 서울 성동구 마장로 인근 도로에서 음주 뺑소니를 범한 30대 B씨는 1·2심 재판 결과 실형이 선고돼 감옥에 갔다. 1심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고 2심은 피해자와 합의, 초범, 반성하는 태도 등을 참작해서 징역 1년으로 감경해줬다. 구체적으로 봤을 때 위의 기자들 사건과 B씨의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B씨의 음주 뺑소니 피해자는 사흘간 의식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고 이후에도 여러 장애를 갖게 돼 결과적 가중치가 적용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B씨에 대한 형량이 △알콜농도 0.167%였다는 점 △추격해오는 차를 따돌리기 위해 20km 넘게 도주하지 않았다는 점 △마찬가지로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봤을 때 A씨의 음주 뺑소니 범죄보다 무겁게 취급돼야 할 이유가 더 많다고 볼 수도 없다.


이준혁 교통전문 변호사(법무법인YK)는 9월24일 출고된 <로이슈>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음주 뺑소니는 개인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가벼운 접촉 사고라도 음주 뺑소니로 판명이 나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게 된다. 술을 단 1잔만 마셨다면 대리운전을 맡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부득이 사고가 발생했다면 현장을 떠나지 말고 법적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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