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 배우자의 건보 자격 항소심 재판서 인정…“성적지향 따른 차별 안돼”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1 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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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에서 소성욱씨(왼쪽)가 동성커플 김용민씨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안전신문=신윤희 기자] 부부를 남녀간의 결합으로 보는 현행 법 취지와 달리 동성 커플의 배우자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은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서도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는 사실혼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1-3부(이승한·심준보·김종호 부장판사)는 21일 동성 결혼을 한 소성욱씨가 동성커플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씨와 동성인 김용민씨 간 ‘혼인’을 현행법령에서 규정하는 이성 간 결합을 전제로 한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소씨와 김씨에 대해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실혼과 비교 대상이 되는 동성 결합은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에 대한 상호 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서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을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주면서도 동성 관계인 동성 결합 상대방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건강보험은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해 수급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씨를 대리한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법원이 인정한 최초 사례”라고 반겼다.

 소씨는 김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을 신청했으나 10월 건보공단으로부터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 통지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앰네스티는 정보람 동아시아 조사관은 “이번 판결은 한국이 결혼평등에 한 걸음 다가서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성소수자(LGBTI)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이 종식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번 판결은 사랑이 혐오와 차별을 이길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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