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시리즈/안전사회를 위한 실천] ⑤생명 구하는 병원 내 화재, 생명을 앗아간다

이송규 / 기사승인 : 2019-11-04 15: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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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업소의 화재안전을 위한 '다중이용업소법'에 병원 미포함.

지난해 1월 경남 밀양에서 4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종병원 (사진=매일안전신문DB)

병원은 위험에 처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곳이다. 고통 받는 사람과 그들의 병을 고치는 사람, 환자를 위로하려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적이는 곳이기도 하다.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이다.


그러기에 병원에서 화재가 난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가 전기라도 끊겼다가는 응급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환자들 중에는 긴급상황에서 자구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이들이 많다. 대피하는 것이 여느 곳보다 쉽지 않다.


지난해 1월 경남 밀양에서 4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종병원 화재가 대표적이다. 이 사고로 환자와 의사, 간호사 등 45명이 숨지고 147명이 부상했다.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지난 9월 경기도 김포 요양병원 화재도 병원 화재의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들이다.


4일 안전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재 안전과 관련하여 전반적인 규정은 ‘소방시설법’에 담겨 있지만 다중이용업소의 화재안전에 대해서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따로 둬 규제하고 있다. 다중이용업소에서 화재가 날 경우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는 피해 규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음식점과 영화관,학원,목욕탕,오락실,노래연습장 등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병원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데도 다중이용업소의 규정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중이용업소에 적용되는 엄격한 화재안전 규정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왜 병원이 다중이용업소에 해당되지 않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이 만들어질 때 병원 업계의 반대 압력이 거세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말할 정도다.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너무 많다.


5층 이상의 건물에는 반드시 대피계단이 있다. 화재발생 시 대피하도록 하는 공간이다. 대피 계단의 문은 방화문으로 되어 있다. 평상시 대피계단으로 연결된 문은 항상 닫혀있어야 긴급상황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세종병원 화재 당시 대피계단 상태는 어땠을까.


최초 불이 난 1층 응급실에서 대피계단으로 연결된 방화문은 아예 없었다. 계단으로 바로 통하는 입구만 있었을 뿐 문은 따로 없었다.


전문가들은 매년 안전점검을 받았을텐데 이런 상태로 통과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당시 1층 응급실에서 처음 불이 났고 계단을 통해 연기가 급속도로 위층으로 퍼지는 바람에 연기에 질식해 숨지는 사망자가 늘었다. 만일 1층 응급실에서 대피계단으로 통하는 공간에 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문이 닫혀있었다면 연기가 위층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없었다.


밀양병원 화재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층은 1,2,5층이었다. 같은 건물에서도 3층과 4층에서는 희생자가 거의 없었다.


해당 층에는 복도에서 병실로 연결되는 공간에 방화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닫혀있었다. 방화문이 환자들의 생사 운명을 가른 셈이다.


안전전문가들은 병원 화재가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얇은 환자복을 지적한다.


현재 병원들이 사용하는 환자복은 계절 변화와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4계절용 환자복이다. 그러다보니 겨울에는 환자복만으로는 추위를 견딜 수가 없어 다른 옷을 위에 껴입는 사례가 보통이다. 일부 환자는 이불도 추가로 가져다가 뒤집어 쓰고 개별 전기난방기까지 갖춰놓기도 한다. 병실에는 여름보다 겨울에 불이 쉽게 번질 수 있는 인화 요인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또 병원들은 겨울 난방비와 여름 냉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천장과 벽에 보온재나 단열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재료들은 불이 났을 경우 화염에 취약하고 불이 붙으면 맹독성 연기를 내뿜어 환자들을 질식시킬 수 있다.


보통 화재 사망자를 보면 불에 타서 숨지는 사례보다 연기에 질식해 사망하는 숫자가 약 90% 이상으로 대부분이다. 연기질식이 그만큼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각 병실에는 화재방독면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보통 불이 난 후 상황이 마무리되기까지 30분 정도가 걸리므로 화재방독면을 구비해 놓으면 방독면으로 30분을 버틸 수 있다.


병상에 누워있는 중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대피가 늦어지므로 비상시를 대비해서 침대에 누운 상태로 피할 수 있는 대형 비상엘리베이터 설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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